"문화소외 아동을 위한 '움직이는 미술관'"
 
2005. 4. 18 오마이뉴스 / 백종옥(maler100) 기자
   
  [미술과 대중 사이2] 알로이시오초등학교 학생들과 인투뮤지엄의 만남
 
▲알로이시오초등학교 교실의 영상학습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지만 미술 같은 것엔 도무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경제적으로 빈곤하거나 문화환경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서 미술문화를 누릴 기회조차 드문 이들도 있을 것이다.

미술을 전공한 필자의 경우에도 문화의 중심지 서울과는 거리가 먼 한반도 변두리 '시골'에서 자란 덕분에 고등학교 1학년때에야 비로소 덕수궁 미술관을 구경하는 영광을 맛볼 수 있었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그 시절, 미술관에 걸린 작품들을 보며 미술학도의 꿈을 키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이런 이야기가 조금은 우습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디지털, 인터넷, 문화예술의 21세기라고 하는 현재에도 여전히 문화적으로 소외받는 지역이나 계층들은 많다.

다행히도 최근에 문화소외지역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나 문화바우처와 같은, 저소득층을 위한 문화복지정책들이 점점 더 많이 펼쳐지고 있어 다행이나 예산부족 등으로 실효성이 있는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에 앞서 이미 2001년 부터 해마다 여러 사회복지관과 어린이집 등에서 생활하는 문화소외 아동들을 위해 30여회의 미술관 교육프로그램을 꾸준하고 알차게 꾸려온 이들이 있다. 바로 '인투뮤지엄(in2museum)'이 그들이다.

인투뮤지엄은 아트선재센터의 교육팀이 분리, 독립하여 설립한 단체로 보다 많은 대중들이 미술관을 통해 진정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미술관 교육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인투뮤지엄은 평소 환경적으로 학교 외 교육에 많이 닫혀 있던 문화소외계층 아동들에게 문화예술체험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미술관 교육프로그램을 매년 여름방학 기간에 진행해왔으나, 올해는 더 많은 소외 아동들을 만나기 위해 4월부터 시작했다.

지난 14일 오후 1시부터 약 3시간에 걸쳐 학생들과 인투뮤지엄이 만난 '알로이시오초등학교'와 '마로니에미술관' 현장에 직접 가보았다.
 

가자, 학교에서 미술관으로!


"안녕하세요!"
지하철 녹번역 근처에 자리잡은 알로이시오츠동학교에 들어서자 한 남학생이 낯선 필자에게 씩씩하게 인사를 건네며 교무실까지 길 안내를 해주었다. 예상보다 학교 분위기는 상당히 밝았다.

주로 서울과 부산지역의 부모없는 아이들을 모아 양육하는 '서울시립 소년의 집' 내의 초등학교라는 정보를 가지고 간 필자의 어줍잖은 선입견은 아이들의 구김살없는 행동들 앞에서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1시가 되자 인투뮤지엄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일명 '움직이는 미술관'이 시작되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미술관에 가기 전, 그날 방문할 전시회에 대해 선생님들과 미리 사전학습을 거친다는 점이다.

인투뮤지엄의 선생님들은 5학년 3개반에 각각 들어가서 먼저 비디오 영상으로 웃고 떠들던 학생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영상학습에서는 방문할 사진전시회 '시대와 사람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카메라와 사진의 역사, 촬영기법 등 다양한 사진관련 지식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영상학습이 끝나자 이어서 학생들이 방금 본 영상자료의 내용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를 나누어 퀴즈게임이 재미있게 진행되었고 마지막으로 투명 아크릴판 등을 이용해 사진의 효과를 체험하는 미술실기시간도 가졌다.


▲퀴즈와 미술실기에 참여하는 학생들
  이렇게 약 1시간 정도 진행되는 전시와 연계된 게임이나 실기활동 과정들은 학생들이 보다 편안하고 익숙하게 미술관에 다가가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미 교실에 있을 때부터 마음은 미술관에 가 있던 105명의 학생들은 드디어 버스를 나눠타고 대학로에 있는 마로니에미술관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미술관 나들이에 신이 나는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버스안에서 노래를 합창하며 즐거워했다.

마로니에미술관에 도착한 학생들은 소그룹으로 나뉘어 광복 이후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의 생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전 '시대와 사람들'을 관람했다. 특히 학생들은 수박겉핥기 식으로 작품 앞을 지나쳐 버리지 않고 차분히 앉아 지난 시대의 주요 사건들과 생활상에 대해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며 작품에 대한 느낌을 적기도 하는 등 진지한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문화소외에서 문화향유로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알로이시오초등학교 학생들은 손을 흔드는 인투뮤지엄 선생님들을 뒤로 한 채 버스를 타고 학교로 돌아갔다. 아마도 이제 아이들에게 미술관은 더 이상 낯선 장소가 아니라 흥미로운 공간이 되었을 것이다.

부모없이 자라는 아동들이 문화적으로 소외될 가능성은 당연히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입시 중심의 교육환경 속에서 제대로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습관을 기르지 못하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역시 문화적으로 소외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앞으로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내는 '움직이는 미술관'같은 교육프로그램들이 더욱 다양하게 개발되어 소외계층의 아동들 뿐만아니라 전국에 있는 모든 학생들의 교육과정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러한 교육적인 토양이 깔려 있는 곳에서 문화예술도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다.

▲미술관에서 작품감상을 하는 학생들

[인터뷰]인투뮤지엄(in2museum) 최윤아 대표

인투뮤지엄의 최윤아 대표를 만나 미술관 교육프로그램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문화소외아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후원단체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떤 과정을 통해 후원이 이루어지나?
"소외아동 프로그램의 시작 단계에는 저희 단체에서 프로그램의 콘텐츠와 인력을 제공하고, 기타 부대 비용에 대해 제한적으로 각 기업에 개별적으로 협찬 제안서를 제출하거나 미술관 전시에 도움을 주던 기업에서 부분적으로 후원을 받았다.
이후 저희 미술관 교육프로그램의 지명도가 높아짐과 동시에,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회문화 예술교육프로그램이 많아지고, 각 기업의 사회공헌팀이 생기면서 정부나 기업에서 먼저 저희 단체에 소외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안하기도 한다."


-오는 4월부터 문광부에서 저소득층을 비롯해 장애인, 노인, 외국인근로자 등 문화소외계층의 문화예술향유권 확대를 위해 '문화바우처' 사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업은 소외계층에게 단지 문화예술행사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그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인투뮤지엄이 계속 진행해 온 문화소외아동 프로그램의 대상을 문화소외계층 전반으로 확대시킬 계획이나 문화바우처 사업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할 계획은 있는가?
"현재 문화소외대상을 위한 프로그램은 '문화바우처'사업 뿐 아니라 문광부의 사회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 문예진흥원의 '신나는 예술여행' 등 다양한 사업들이 점차 확대,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실행 단계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고 저희 단체도 문광부의 '사회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에 선정되었으나, 지방비를 확보하지 못해서 실행단계에서 포기해야 할 입장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다른 단체의 시범사업에 컨설팅으로 참여해서 전국적으로 프로그램의 보급에 참여할 예정이다. 문화바우처 사업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은 지금 실행하고 있는 소외대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먼저 실시하고, 점차 그 대상을 다양하게 확대해 나갈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한 개인이 미술향유층으로 형성되는 과정에 있어서 가장 약한 고리는 고등학교 시기라고 본다. 보통 초등학생 때는 그나마 아이들이 음악이나 미술교육을 받기도 하지만 중·고등학생과 입시생 시기를 거치면서 미술문화와는 대부분 결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회적으로 인투뮤지엄의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이런 교육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에 대한 대책은?
"저희 단체는 올해 문예진흥기금을 확보한 프로그램을 통해 각 학교로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데, 미술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기본 지식과 함께 관련된 직업에 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향유에 대한 올바른 방법과 직업에 대한 비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본 프로그램은 올해의 경우, 예술중·고등학교를 1차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일반학교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시험운영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중학교나 고등학교 모두 3학년 학생들에게 입시가 끝난 후 교육과정의 공백기를 활용하는 것이 접근이 용이할 것으로 생각되며, 앞으로 각 고등학교의 진로교육과정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인투뮤지엄의 미술관 교육프로그램에 한 번 참여한 교사와 학생들은 이러한 미술관 교육프로그램에 대해 단지 일회성 행사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가?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다. 공교육프로그램의 경우 교사의 인식에 따라 참여 여부가 결정되는데 일선 교사와 교장 선생님의 전근이 잦은 공립학교의 경우에는 지속적인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다."